질문우울증인가요?
작년 초중반까지만 해도 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‘괜찮아~’, ‘좋은 게 좋은 거지’ 하면서 넘길 수 있었는데, 요즘은 그런 말이 잘 안 나와요.
버스 한 번 놓쳐도 ‘역시 내가 그렇지’, ‘이 모양 이 꼴이지’, ‘이딴 식으로 사는데 밥은 왜 먹고, 왜 살아야 하나’ 같은 생각이 들어요.
지금 대학교 졸업학년인데, 전공이 전문직 쪽이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자신감이 없고… 솔직히 말해서 저 같은 게 그런 곳에 발 들여도 되나 싶고, 그냥 내가 취업을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.
주변에서는 ‘너는 너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거야’라고 하지만, 사실 저를 제일 잘 아는 건 저잖아요. 남들 앞에선 잘하는 척, 열심히 하는 척하지만, 속은 진짜 아무것도 없는 거 같고, 그래서 오히려 칭찬이나 긍정적인 말 들으면 더 자존감이 떨어지는 느낌이에요.
그러는 사이에 자전거 타고 등하교할 때 누가 갑자기 놀래키거나, 이상한 트집 잡는 일들이 자주 생기니까 정신적으로 더 힘들어지고, 회복도 안 되고, 울게 되는 날이 많아졌어요.
작년부터는 평일엔 학교 다니고 주말엔 알바하면서 생활하고 있는데, 올해에 알바 옮기면서 시급이 최저로 확 떨어졌어요. 주말 알바만으로는 생활비가 안 돼서 매달 말마다 쪼들리고, 점심도 못 먹는 날도 많아요. 이번 주부터는 실습까지 나가서 교통비도 더 드는데, 돈이 없어서 점심시간에는 그냥 혼자 벤치에 앉아서 시간 보내고 그래요.
남자친구는 틈틈이 만나고 있는데, 예전에는 의지할 데가 전혀 없어서 무던하게 지냈던 거 같거든요. 근데 지금은 누군가한테 의지하게 되니까 오히려 더 감정이 쉽게 무너지는 느낌이 들어요.
오늘도 별일 아닌 일에 무너져서 집 오는 길에 한숨만 쉬다가 집에 와서 결국 눈물까지 뚝뚝 흘렸어요. 본가에서 지내는 중이라 엄마가 저 보시고 ‘그러다 우울증 걸리겠다, 무슨 일 있냐’ 물어보셨는데… 저도 솔직히 왜 우는지 모르겠고, 말해봤자 ‘그런 걸로 왜 우냐’, ‘그 정신으로 취업해서 버티겠냐’는 말 들을 게 뻔해서 그냥 말 안 했어요.
괜찮을 땐 또 멀쩡한데, 무너질 땐 너무 쉽게 무너지고, 회복도 잘 안 되는 느낌이 계속 드네요.
이런 제가 혹시 진짜 우울증일까요? 병원에 가보는 게 맞을까요?